장수선「가정동에서」
사진공간 배다리
2013년 9월 6일 – 9월 15일

jang (1) jang (2) jang (3)

   -작업노트-   (장수선)

슬펐다. 기이했다. 무서웠다. 그런데도, 끌렸다. 거기에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천시 서구 가정동에서 근 2년을 보냈다. 낮에도 사람이 없어 무서웠고ㅡ사람이 있어도 무서웠다. 결혼식장, 은행, 찜질방, 학원 건물, 한방의원, 15층 아파트 등등. 루원시티라는 가본 적 없는 낙원은 끝내 자본의 시대에서 좌초했다. 꿈이었던 루원시티는 이제 한갓 유령으로 가정동을 배회한다. 마지막 철거를 앞둔 몇 채의 건물들이 피뢰침처럼 지상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다. (2014년 4월까지 남은 건물 모두 영영 허공으로 죽을 예정이다.)

보았다. 공간을. 집합주택인 빌라와 맨션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꽉 밀폐된 외부를. 기적처럼 그곳으로 햇빛이 드나들었다. 그 공간은 폐허이면서, 동시에 유적지였다. 어떻게 21세기에 ? 사람이 버린 공간에서 환멸과 우울이 따라다녔다. 특히나 반쯤 땅에 묻힌 반지하에 이르렀을 때, 나는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추락하고 있었다. 다른 세계로, 지구의 바깥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그곳은 삶과 죽음이란 구분을 무너뜨렸고, 문은 제 구실을 잃고 허공에 초현실적으로 떠 있었고, 곰팡이는 몇 년째 확산되어갔고, 지난 비가 빠지지 않아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지금 이 땅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보는 것처럼 시간도,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것처럼 공간도 혼란스러웠다. 시퍼런 바람이 우주로 데리고 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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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가정동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기록

작가 : 장수선 (Jang Su Sun, 張修瑄)

기간 : 2013년 9월 6일(월) ~ 15일(일)

관람시간 : 12시30분 ~ 19시30분, 9일(월) 휴관

후원 : 인천문화재단

 

<전시장 정보>

제1전시장 : 사진공간 배다리 : 인천시 동구 금곡동 14-10 TEL 070-4412-0897

제2전시장 : 한 점 갤러리 : 인천시 동구 창영동 15-7 TEL 070-8227-0857

제3 전시장 : 전 모닝글로리 매장 : 아벨 서점 옆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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