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월간미술>2013.5월호 ‘원성원 Character Episod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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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를 통한 관계의 치유>

‘Character Episode 1-성격의 섬’에는 무수한 동물들로 뒤덮인 여러 섬들이 존재한다. 어떤 섬은 온갖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우거져 평화로운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어떤 섬은 황폐해진 숲과 늪지대 사이로 수많은 동물들이 들끓는다. 그리고 섬과 섬 사이 가장자리에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거나 이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뿔난 동물들이 주변을 지키고 서있다. 이도 아니면 어떤 섬 동물들은 아예 등을 돌린 채 무관심하게 앉아있다. 마치 개개의 섬들은 이렇듯 제각기 다른 모양과 특징을 지니며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지켜온 것 처럼.
작가 원성원은 자신을 포함해 언제나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창작의 근간에 놓는다. 그리고 이번’Character Episode 1’연작에도 어김없이 작가는 인간 군상의 ‘불완전한 관계’를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방법적인 면에서 작가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특유의 촬영과 편집, 그리고 드로잉을 기반으로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동화 같은 이야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이전 보다 더 화려하고, 스펙타클해진 사진 안에는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부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대신 작가는 섬에 사는 각기 다른 종류의 동물들을 이야기의 전면에 드러낸다. 원성원에게 섬은 사람들의 ‘성격이 형성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내제적 성격요인들’이다. 여기서 성격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개인의 독자적이고 비교적 영속적인 내적, 외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본성적인 측면에 경험으로 구축한 사회성이 더해지며 개인의 성격으로 자리잡는다. 따라서 <성격의 섬> 동물들은 인간내면의 야생적인 본능이며, 동물들로 무리지어 만들어진 생태계의 각 섬들은 성격의 유형으로 읽힌다.
작가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지인들 5명의 주변환경과 성장과정을 토대로 그들의 성격 구석구석을 낱낱히 이미지화 한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집착의 방주’, ‘졸부의 텃밭’, ‘완벽한 정원’, ‘자존심의 대결’, ‘장남의 별 아파트’와 같은 작품제목은 적어도 그 사람들에 대한 성향이나 유형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다. 거친 파도에 부유하는 거대한 집들, 거기에 집착스럽게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 닭이면서 공작이기를 바라는 과시욕에 휩싸인 졸부의 텃밭, 신성스럽고 완벽주의자인 사슴이지만 정작 불안정한 정원을 소유한 주인,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서로의 상황을 애써 무시하고 무너져가는 다리를 지켜보는 올빼미와 불곰의 자존심 대결까지… 작가는 이 같은 대입방식을 통해 현대사회에 굴절된 인간의 속성과 관계성을 우화적으로 그려낸다.
수만 장의 사진들을 찍고 덧붙여 다시 편집하고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길고도 고통스럽다. 특히 이번 신작의 경우, 작가는 자신과 친밀하거나 그렇지 못한 관계들 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고리를 풀고 가능한 객관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려 든다. 그리고 이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와 자신의 치부를 온전히 벗겨내는 것에서 비로서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그녀의 작품에는 ‘자신과 타인’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동시에 자기 내면에 숨겨진 추악한 본성을 고스란히 들춰내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은 관객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내면에는 집착, 과시, 완벽주의, 책임감, 자존심 등 매우 다층적인 성격들이 존재하지만, 지나친 자기원칙과 최면은 언제든지 우리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집들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기러기떼, 천문학자를 꿈꾸던 장남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짓눌려 꿈을 포기하는 원숭이의 현실, 고귀한 완벽주의자 사슴의 자기도취 등, 사진 속 동물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내 안에,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꿈과 무의식, 기억의 세계에 경도되었던 지난 작업들에 비해 원성원의 신작 ‘Character Episode 1’은 이렇듯 인과적인 객관성을 유지하며 보다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작가 특유의 이미지 짜집기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성격들을 들춰내며 그녀만의 철학적 근거를 갖는다. 원성원은 작가노트 마지막 부분에 본인의 섬 또한 갈수록 복잡하고 혼란스러진다고 고백한다. 이는 자신이 그토록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기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의 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응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자기성장을 꾀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심리적인 고착관계는‘사유를 통한 관계의 치유’를 통해 진정으로 자유를 얻는다.

김정은
이안북스 대표,
이안매거진 편집장
twitter@ian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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